• [한희철 목사] 버스를 놓쳐도 좋은 이유
  • 00.09.17 21:3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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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지 모르게 우리가 잃어버린 것 중의 하나가 ‘메아리’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그 시절이 가난하지 만은 않았던 이유 중의 하나는 분명 메아리였습니다. 마음이 답답하고 외로울 때, 새롭고 넓은 세상이 그리울 때면 뒷동산에 올라 소리를 지르곤 했었지요. 마음속에 쌓인 것을 다 꺼내놓듯 소리를 지르고 나면 정말로 속이 시원해지곤 했습니다. 가난한 살림으로는 덜 수 없는 생활의 무게를 우리는 그렇게 내려놓을 수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비운 마음을 이내 채워주었던 것이 메아리였습니다. 이내 앞산을 휘돌아온 메아리가 귀에, 마음에 쟁쟁했습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내 마음의 외로움을 메아리는 편하게 달래주고는 했지요. 누군가가 우리를 향해 “괜찮아, 힘내!”하며 등을 두드려주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앞산과 언덕이 보이지 않는 도시에 나가 살며, 집들과 일에 가려 산과 마을을 볼 수 없는 곳에 살며 우리는 어느새 메아리를 잃어버렸습니다. 마음에 외로움과 답답함이 쌓여도 언제 한 번 시원한 외침으로 풀어내지를 못합니다.
우리가 잃어버린 메아리 중에는 마음의 메아리도 있습니다. 마음으로 대답하는 마음까지 우리는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가까운 타인으로 전락하여 독백을 되뇔 뿐 서로의 이름을 부르면 함께 대답하는 소중함을 우리는 잃어버렸습니다. 이름 대신 통계와 도표, 직함이 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사회’에 글을 쓰고 나면 글을 읽고 연락을 주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서너 번 전화를 거는 번거로움이 있을 텐데도 수고를 수고로 여기지 않으며 글을 읽은 소감을 나누는 분들이 있습니다. 제게는 좋은 메아리를 듣는 시간입니다.
“이젠 버스를 놓쳐도 좋습니다.”

전 같으면 버스를 놓치고 나면 기분이 상했고, 조금 더 기다려주지 않고 떠난 기사가 원망스럽기도 하고, 다음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이 길고 지루했지만 이제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를 며칠 전 어떤 분으로부터 들었습니다.
무슨 이야기인가 궁금했습니다. 듣고 보니 그 또한 귀한 메아리였습니다. 다음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생활정보지에 실린 좋은 글을 읽는 버릇을 들이니 마음이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는 얘기였습니다. 조용히 삶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어 오히려 다음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소중하게 여겨진다고 했습니다.
마음의 메아리를 들을 수 있다면, 까짓 버스를 놓친들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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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채빈 (당시 2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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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 장: 90cm
* 두 발: 단발형
* 상 의: 분홍색 스웨터
* 하 의: 흰색 바지
* 신 발: 밤색 구두
* 신체특징: 왼쪽 손등에 화상자국, 보조개 있음
* 발생일자: 2003년 11월 22일
* 발생장소: 충남 공주시 신관동 시외버스터미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