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규섭 시인] 옛길에 서린 조상의 얼
  • 07.08.16 10:4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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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를 겸해 죽령 옛길을 걸었다. 죽령 옛길은 경북 영주시 풍기읍과 충북 단양군 대강면을 잇는 한양 가는 길목이었다. 신라 아달라왕 5년(158)에 죽죽(竹竹)이란 사람이 길을 열어 죽령이라 했다는 기록이 삼국사기에 실려 있으니, 약 1900년 전부터 사람들의 왕래가 시작된 셈이다. 삼국시대에는 군사적 요충지였고, 조선시대까지 청운의 뜻을 품고 과거 길에 나서는 영남지역의 선비와 공무를 띤 관원, 장사꾼들이 봇짐을 지고 넘나들던 길이다.
조선시대 지리학자 이중환은 그의 저서 ‘택리지’에서 죽령과 문경새재만을 ‘큰 고개(大嶺)’라고 주장했을 정도로 죽령은 높고 험준한 고개다. 5번 국도에 위치한 죽령의 높이는 689m로 우리나라 고개 중 가장 높다. 죽령 옛길 부근에는 5번 국도 이외에도 중앙선 철길과 중앙고속도로가 뚫리면서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4개의 길이 공존하는 곳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4.5㎞의 철길터널과 4.6㎞의 중앙고속도로 터널이 소백산을 관통한다.
풍기읍 수철리의 한산한 간이역의 희방사역 광장에서 10여분 걸으면 천하대장군과 ‘죽령 옛길 자연관찰로’ 표지판이 나그네의 길잡이 구실을 해준다. 옛길로 접어드니 우거진 잣나무에 잣이 탐스럽게 익어 간다. 이글거리는 태양아래 온 몸이 땀에 흠뻑 젖는다. 차가운 계곡 물에 얼굴을 씻고 손으로 물을 떠 마시니 가슴까지 서늘하다. 사람이 살지 않는 골짜기라 오염을 염려하지 않아서 좋다.
숲과 흙이 뿜어내는 향기가 너무 싱그럽고 구수하여 연신 코를 벌름거리며 심호흡을 해본다. 새소리에 귀가 즐겁고 풀 섶에 핀 야생화가 눈을 즐겁게 해준다. 등나무 꽃송이를 닮은 칡꽃도 탐스럽고 싸리 꽃향기도 매혹적이다. 옛길을 사이에 두고 조성한 과수원에서는 사과가 홍조를 띠기 시작했고, 과수원을 벗어나자 느티나무 주막집 터가 나온다. 이 길을 오가며 술 한잔에 칼칼한 목을 축이던 옛 사람들의 정경도 그려진다.
옛길에는 숱한 전설과 민담, 문화의 자취가 서려 있어 정취가 배가된다. 퇴계 이황이 충청감사였던 형 온계가 고향 안동을 찾았다 돌아갈 때면 석별의 정을 나눴던 곳도 이곳 죽령 옛길이었다. 조선 중종 때 성리학자로 풍기군수를 지낸 주세붕의 일화도 이 옛길에 깃들어 있다. 신라 향가 ‘모죽지랑가’도 이 지방 구전민요가 모태가 되었다고 전해진다.
호젓한 옛길을 혼자서 걷는 호사를 누리며 2.5㎞의 옛길을 쉬엄쉬엄 걸었어도 1시간 조금 더 걸려 죽령에 올랐다. 충북 단양 쪽 죽령 옛길은 5번 국도로 탈바꿈 된지 오래다. 고개 마루 죽령주막에 들러 막걸리 한 사발을 마시니 청산이 더욱 푸르게 보인다.
한동안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졌던 옛길들이 도시민의 생태탐방과 트레킹 코스로 되살아나고 있다. 문화재청은 죽령 옛길을 비롯한 14개 옛길을 국가지정 문화재로 지정하기 위해 실사작업을 펴고 있다니 반갑다. 옛길은 선조들의 삶의 발자취와 얼이 서리고, 유무형의 유적들이 산재된 문화유산이니 만큼 복원하여 보존해야할 가치 또한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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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주 (당시 9 세)
김성주 (당시 9 세)
* 성 별: 여
* 신 장: 120cm
* 두 발: 짧은 편이나 뒤로 묶음
* 상 의: 흰색 바탕의 어깨는 주황색 반팔 티셔츠
* 하 의: 주황색 칠부바지
* 신 발: 하늘색 샌들
* 신체특징: 쌍꺼풀 있는 눈, 가마가 특이함, 눈주위에 흉터, 왼쪽 어깨에 콩알만한 점, 말이 어눌함.
* 발생일자: 2000년 6월 15일
* 발생장소: 전남 강진초등학교 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