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판권 교수] 목석, 같은 사람
  • 20.11.16 14:5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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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석(木石) 같은 사람’은 지조가 굳은 사람을 의미한다. 이 말은 중국 서진(西晋) 때 지금의 절강성 회계(會稽)에 살았던 은사(隱士) 하통(夏統)이 모친의 약을 구하기 위해 낙양(洛陽)에 가서 만난 태위(太尉) 가충(賈充)이 그를 ‘목인석심(木人石心)’이라 평가한 데서 유래했다. 그러나 『진서(晋書)』에 나오는 이 말은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지조 있는 사람이 아니라 융통성이 없고 고집이 센 바보 같은 사람을 뜻한다. 

‘목석같은 사람’의 원래 뜻이나 바뀐 뜻이나 모두 생태의식의 부재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왜냐하면 목석의 ‘목’을 죽은 존재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목’은 나무가 뿌리에서 땅으로 올라와 땅을 덮은 갑골문자다. 사람들이 나무를 죽은 존재로 파악하는 것은 동물과 달리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무는 스스로 옮기지 않을 뿐 움직이지 않는 것은 아니며, 더욱이 결코 죽은 존재가 아니다. 그런데도 나무를 죽은 존재로 인식하는 것은 나무를 생명체로 보지 않는 생태의식의 부재 때문이다. 

더욱이 나무를 돌과 같이 생각한 것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나무는 생물이고 돌은 무생물이기 때문이다. 생물을 무생물과 동일시하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하지만, 사람들은 지금도 아주 쉽게 사용한다. 

나무를 죽은 존재처럼 이해한 또 다른 사람은 중국 당나라의 선승 백장회해(百丈懷海, 약 720-814)이다. 그는 우리나라 선종의 역사에서도 아주 중요한 인물이다. 우리나라 조계종은 중국의 육조 혜능에서 혜능의 제자 마조도일, 마조도일의 제자 백장, 백장의 제자 임제 의현의 계통이기 때문이다.

특히 백장은 전북 남원의 실상사 ‘백장선원’에서 보듯이 중국 선종의 제도를 마련한 스님이고, 우리나라의 선원의 역사에도 아주 중요한 인물이다. 더욱이 그는 ‘하루 일을 하지 않으면 하루 밥도 먹지 않는다(一日不作,一日不食)’는 화두로 유명하다. 그러나 그는 ‘마음이 목석과 같다(心如木石)’는 말을 남겼다. 이 말은 마음이 나무와 돌처럼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조선시대 최상룡(崔象龍, 1786-1849)도 성인의 마음을 목석에 비유했다.

선승이든 성리학자든 전통시대 지식인들은 생태의식을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의 작품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전통 사상을 제대로 계승하기 위해서는 전통시대 사람들의 한계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특히 전통시대에 사용한 개념을 비판 없이 수용하는 것은 아주 위험하다. 역사의 개념은 당시 사회의 산물이기 때문에 현대인들이 사용할 때는 분별해서 사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본의 아니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죽음에까지 이르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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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당시 2 세)
최재혁 (당시 2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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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생일자: 2002년 10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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