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희철 목사] 면도날이 수염에 무뎌지는 까닭
  • 20.11.11 14: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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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강(堅剛)은 죽음의 속성이고 유약(柔弱)은 삶의 속성이라는 말이 있지만, 생각해보면 세상의 이치가 참으로 오묘합니다. 칼이나 창처럼 굳고 강한 것이 세상을 이길 것 같고, 물이나 바람처럼 부드럽고 약한 것은 늘 패배할 것처럼 여겨지지만 그렇지가 않기 때문입니다. 처마에서 떨어지는 낙숫물이 섬돌 바위를 뚫는 것을 보면 그 말을 실감하게 됩니다.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방울이 마침내 돌에 구멍을 냅니다. 견고한 돌에 구멍을 뚫는 물을 보면 돌보다 강한 것이 물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지요.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이기는 것을 우리의 일상 속에서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것 또 한 가지가 있습니다. 성인 남자들이 의식을 치르듯이 날마다 하는 면도가 그렇습니다. 하루만 안 깎아도 온통 턱이 껄끄러워지고, 이삼 일이 지나면 다른 이들 보기에도 대번 거친 얼굴이 표가 납니다.

그런데 면도를 하다 보면 어느새 면도날이 무뎌집니다. 면도날이 무뎌지면 면도가 어려워질 뿐만이 아니라, 살을 베이기가 십상입니다. 무뎌진 만큼 힘을 주게 되는데, 그러다가 얼굴을 베게 되는 것이지요.

생각해 보면 신기합니다. 면도날은 부식에 강한 강철 합금인 스테인리스강으로 만듭니다. 날 끝을 아주 날카롭게 갈아낸 후에 다이아몬드와 유사한 구조의 탄소 막을 씌워 단단함을 더합니다. 그만한 날카로움과 단단함이라면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수염을 자르는 데엔 문제가 없을 것 같은데, 면도날은 점차 무뎌져 갑니다. 아무 힘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수염이 면도날을 조금씩 무디게 만드는 것이지요. 

부드러운 털이 어떻게 강한 면도날을 무뎌지게 하는지 매사추세츠공대 재료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연구를 했고, 그 이유를 발견했습니다. 무엇보다도 균일하지 않은 면도날 구조가 원인이었습니다. 면도날의 미세구조가 균일하지 않을 경우 그 사이에 틈이 생기는데, 벌어진 틈 사이로 털이 파고들면서 날의 구조가 더욱 허술해지고 이가 빠지는 현상이 이어지는 것을 발견한 것입니다.

면도날의 가장자리일수록 이런 현상은 더 뚜렷하게 관찰됐습니다. 가장자리로 갈수록 털이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미세구조의 틈으로 쉽게 파고들어 갔던 것입니다. 한 번 날에 이가 빠지면 그다음부터는 더 쉽고 크게 이가 빠졌고요. 양말이나 옷에 한 번 구멍이 뚫리면 구멍이 쉽게 커지는 것과 같은 이치였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두 부류의 사람이 있는 것 같습니다. 세상을 이기기 위해서는 더 강해져야 한다는 사람들이 있고, 세상이 거칠수록 부드러움을 지키는 이들이 있습니다. 나를 지키기 위해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나 말투가 사나운 이들도 있고, 더욱 겸손하고 따뜻하게 대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누가 옳았는지는 시간이 지나가며 확연하게 확인하게 됩니다. 면도날이 수염에 무뎌지는 것처럼, 강함을 이기는 것은 결국 부드러움이라는 것을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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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선 (당시 5 세)
우정선 (당시 5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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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 장: 125cm
* 두 발: 단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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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체특징: 앞니 아랫니가 1개 빠졌음, 평발, 보조바퀴 달린 두발자전거 타고 있었음(노란 바구니 달렸음)
* 발생일자: 2004년 9월 19일
* 발생장소: 경기도 광주시 역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