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희철 목사] 소음 스피커
  • 19.11.27 13:5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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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가 언제쯤인지를 정확하게 기억할 수는 없지만, 아파트에서 처음 잠을 자던 날 마음속에 들었던 생각은 지금도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층층이 지어진 건물이니 위로도 여러 채의 집들이 있고, 아래로도 여러 채의 집들이 있는 셈이었습니다. 내가 누운 곳 위로도 누가 누워 있고, 내 아래로도 누가 누워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영 어색했습니다. 위에서 누가 나를 누르고 있는 것 같기도 했고, 내가 누군가를 누르고 있는 것 같기도 했으니까요.
시대의 변화를 따라 아파트를 처음 경험했기에 그랬을 뿐, 사방에 병풍처럼 아파트가 둘러선 요즘에는 어느 누가 그런 생각을 할까 싶습니다. 주변의 풀을 뽑지 않아도 되는 등, 더없이 편한 주거공간으로 받아들일 뿐이겠지요. 좁은 땅에 많은 이들이 모여 살아야 하니 아파트라는 주거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이야 당연한 일인데, 아파트는 뜻밖의 문제를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가까이 살면서도 곁에 사는 이들에게 관심을 갖지 않아도 되는 관계의 단절도 문제지만, 무엇보다도 큰 현실적인 문제는 층간소음입니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독일에서 생활할 때 한 지인은 층간소음 문제로 이러다가 내가 미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했습니다. 아이들이 뛴다고 때마다 거칠게 항의를 하는 아래층 사람들에 대한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아래층을 향하여 마구 망치질을 할 때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층간소음과 관련하여 판매가 급증하는 물건들이 있다고 합니다. 층간소음 스피커를 비롯한 이른바 ‘층간소음 보복용 아이템’이 그것입니다. 스피커, 망치, 안마기 등 다양한 도구들이 층간소음 보복 용도로 판매 중이라는 것입니다. 업체에서는 층간소음으로 인해 이사를 가는 비용과 비교하면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홍보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층간소음 스피커라는 말이 낯설어 확인을 해보니 짐작이 맞았습니다. 층간소음 스피커는 지지대, 우퍼스피커, 앰프 등으로 구성이 되는데, 진동을 일으키는 저음역이 강조되는 우퍼스피커를 천장에 밀착해 윗집에 소음을 전달하는 식이었습니다. 진동판을 아예 벽면에 붙이는 골전도 스피커도 있었는데, 우퍼스피커보다 우리 집 소음은 줄이고 윗집 소음을 키운다는 홍보 문구도 있었습니다. 천장에 바짝 붙인 스피커로 음악을 계속해서 틀자 마침내 소음이 잦아들었다며, 층간소음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 있으면 우퍼스피커 구매를 추천한다는 경험담까지가 소개되어 있었고요.
층간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이웃 간 몸싸움과 고소가 일어나는 것은 이제 빈번한 일, 쌓인 스트레스는 어느새 감당하기 힘든 분노가 되고, 불같은 분노가 살인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으니 우리 사회의 큰 문제가 아닐 수가 없습니다. 이제는 아파트라는 공동주거 공간 안에서 어떻게 평화롭게 살 수 있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할 때입니다. 아파트를 짓는 건설업자에게만 맡기기에는 너무나도 중요한 삶의 문제라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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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 (당시 16 세)
박수진 (당시 16 세)
* 성 별: 여
* 신 장: 157cm
* 두 발: 단발형
* 상 의: -
* 하 의: -
* 신 발: -
* 신체특징: 인중과 왼쪽 무릎에 흉터 있음. 글씨만 오른손으로 쓰고, 일상생활은 왼손으로 생활함. 하교길에 실종되었음. http://sujin.sunmoon.ac.kr 참조
* 발생일자: 2004년 10월 9일
* 발생장소: 충남 천안시 성황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