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규섭 시인] 호칭이 기가 막혀
  • 19.01.18 11: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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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호칭은 복잡하다. 큰 아버지는 백부, 작은 아버지는 숙부다. 아버지의 사촌형제는 당숙, 누이의 아들은 생질, 6촌 형은 재종형이라 부른다. 젊은이들에겐 존칭법이 생소하고 헷갈리며 기가 막힌다. 앞으로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아이를 아예 낳지 않거나 하나만 낳는 추세이다 보니 큰아버지, 고모, 이모 등 친족관계가 사라질 테니까. 
한국어의 복잡한 존칭에는 수직적 위계를 중시하는 특성이 배여 있다. 조직 사회에서의 존칭은 매우 민감하다. 군대에서는 입대가 약간 빠른 선임자에게도 “ㅇ일병님” “ㅇ상병님” 존칭을 꼬박꼬박 붙였다. 요즘은 선임병에게 형이라고 부르거나 계급장 의식 않고 서로 “∼님”이라 부른다니 격세지감이 든다. 
신문사에서는 국장, 부장 직함에 ‘국장님’ ‘부장님’ 존칭을 붙이지 말라는 게 불문율이지만 무척 어색하다. 사장이 “김 국장”하고 부르는 것과 까마득한 후배가 “김 국장”이라 호칭하면 위아래도 몰라보는 싸가지 없는 후배로 비쳐질까봐 조심스러웠다. 퇴직 후 동료들과 만나면 “0국장” “0위원” “0부장” 등 전직을 활용하여 호칭하지만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00씨”이름을 부르기도 어색하여 “0공”이라거나 호칭을 생략하고 눈치껏 대화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야인시절 ‘선생님’ 호칭을 좋아했다. 추종자들도 직함보다 “선생님”으로 표현하며 존경심을 담았다. 그 당시 동향 친구끼리 술을 마시다가 한 친구가 “김대중 씨”라고 하자 “왜 선생님이라 부르지 않느냐”며 난투극을 벌인 게 기사화되기도 했다. 선생은 성이나 직함에 붙여 남을 높여 부르는 말로 호칭 자체가 상당한 존칭이다. 나이가 어지간히 든 사람을 대접하여 이르는 말이거니와 상대방의 신분이나 직함을 모를 때 선생이라 호칭하는 게 무난하다. 선생은 본디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을 높여 이르는 말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조직문화 혁신방안으로 ‘선생님’이란 호칭 대신 ‘쌤’이나 ‘님’으로 통일하겠다고 했다. 홍길동 선생님은 ‘홍길동 쌤’, 김철수 교장선생님은 ‘김철수 님’으로 불러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가뜩이나 선생님의 권위가 떨어져 위축되고 있는 형국에 지나치게 튀는 정책이다. 
서울교원단체총연합회는 제자와 스승의 상호존중 문화를 해친다고 비난했고, 전교조도 ‘쌤’은 비표준어에 교사를 얕잡아보는 호칭이라 권장할 만한 용어가 아니라고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교권 추락을 우려한 교사들의 반발과 학부모들의 우려 등 논란이 커지자 교육감은 “교직원들끼리만 사용하자는 거지 사제지간까지 무조건 적용하는 건 아니다”고 한발 물러섰다. 교직원끼리 쓰더라도 은어 사용을 조장하는 발상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수평적 호칭제 추진 보도자료에서 ‘교육감님’으로 극존칭을 썼다니 아이러니컬하다. 
혁신미래자치학교 도입 추진이나 뜬금없는 두발자유화선언 등 서울시교육청이 추진하는 정책도 혼란을 부추긴다. 정책의 완성도를 높이려면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혁신 명분으로 교육 현장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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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채빈 (당시 2 세)
유채빈 (당시 2 세)
* 성 별: 여
* 신 장: 90cm
* 두 발: 단발형
* 상 의: 분홍색 스웨터
* 하 의: 흰색 바지
* 신 발: 밤색 구두
* 신체특징: 왼쪽 손등에 화상자국, 보조개 있음
* 발생일자: 2003년 11월 22일
* 발생장소: 충남 공주시 신관동 시외버스터미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