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판권 교수] 초피나무에 살던 애벌레는 장맛비에 살아남았을까?
  • 18.07.16 12:3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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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생명체는 장마철에 위기를 맞는다. 한꺼번에 내리는 비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애벌레에게도 장마는 무척 힘든 고통을 안겨준다. 어느 날, 나는 경상남도 합천 해인사 입구에서 초피나무 가지에 머물고 있는 애벌레를 보았다. 애벌레가 머물고 있는 초피나무는 담벼락에 똬리를 튼 아주 작은 나무였다. 초피나무가 사는 공간은 작은 몸집을 겨우 보존할 수 있을 만큼 좁았다. 애벌레는 작은 초피나무에 탓에 오히려 크게 보였다. 초피나무를 보니 가지에 잎이 거의 없었다. 이는 초피나무에게 큰 위기가 닥친 것을 의미한다. 나무의 경우 잎을 잃으면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이다. 
초피나무의 애벌레는 사람의 발자국 소리를 들었는지 꼼짝하지 않았다. 애벌레는 사람이 다가오는 소리를 듣고 엄청나게 긴장했을 것이다. 나는 애벌레가 두려워하는 모습에 가슴이 아파 곧장 그곳을 떠났다. 내가 다시 초피나무의 애벌레를 찾은 것은 6시간이 지난 후였다. 그런데 애벌레는 초피나무에 그대로 있었다. 애벌레가 초피나무를 떠나지 않은 것은 아직도 자신이 그곳에 머물러야 하는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여전히 초피나무가 애벌레에게 보금자리였기 때문이다. 다시 두 시간 정도 지난 후 숙소로 돌아오는 시간에도 애벌레는 같은 곳에서 살고 있었다. 
숙소에서 다음날 일어나보니 엄청난 소낙비가 내리고 있었다. 마치 양동이의 물을 붓는 듯 내리는 비는 답답한 가슴을 아주 시원하게 만들었다. 식당에서 비를 바라보면서 어제 보았던 애벌레를 떠올렸다. 나는 잠시 애벌레가 억수같이 내린 비를 피할 수 있었을까를 걱정했다. 그러나 금세 걱정을 접었다. 내가 어떤 경우에도 애벌레의 삶을 책임질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귀가하는 길에 애벌레가 살고 있던 초피나무를 찾지 않았다. 만약 초피나무에 애벌레가 살아남아 있었더라도 나는 그냥 바라보면서 돌아와야 하고, 애벌레가 사라졌더라도 발길을 돌려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나뭇잎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울지라도 나무에게는 엄청난 고통의 순간이다. 그러나 나는 나무의 고통을 알면서도 그 순간을 즐긴다. 그래서 삶은 때론 모순 속에서 이루어진다. 내가 나무를 아무리 사랑하더라도 소낙비에 고통받는 나무에게 전혀 도움을 줄 수 없다. 나무를 비롯한 모든 생명체는 일정 부분 고통을 감수하면서 살아야 하는 숙명의 삶이다. 그러나 자신의 삶과 더불어 누군가의 삶을 생각하는 것 자체는 무척 아름답다. 내가 초피나무와 애벌레의 삶을 생각하는 것도 근본적으로는 참 부질없지만 나와 더불어 살아가는 생명체의 삶을 잠시나마 생각한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이 같은 생각이 때론 다른 생명체에게도 약간의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회가 올 수도 있다. 만약 평소에 이런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면 그런 기회조차 만들 수 없을 것이다. 나는 다른 생명체의 삶에 조금이나마 관심을 갖는 것을 따뜻한 마음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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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영광 (당시 2 세)
모영광 (당시 2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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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발: 청색 운동화
*신체특징: 눈썹이 짙고 일자형임. 피부가 검은 편, 머리숱이 많은 편이며 까치머리임, 말을 잘 못함, 뼈대가 굵은 편임, 생식기에 붉은 반점이 있음.
*발생일자: 2003년 10월 10일
*발생장소: 부산시 해운대구 우2동 성불사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