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은 대표] 설날 이야기
  • 18.02.14 14:4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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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것들은 아름답다. 그래서 모든 추억은 아름답다. 
우리 삶 속에서 사라진 것들은 이제 추억으로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야은 길재 선생은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데없다’고 읊었지만 요즘은 인걸은 물론 산천조차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곳을 찾아보기 어렵다. 
물이 좋고 우물이 많아 샘골(사투리로 샹골)로 불리던 나의 고향 마을 또한 마찬가지이다. 
새마을 운동으로 길이 넓어지면서 어릴 적 뛰어 놀던 골목길은 온데간데없다. 무엇보다 한마을에서 함께 살았던 이웃들은 세상을 떠났거나 어디로 갔는지 행방이 묘연하다. 
정겨운 고향은 이제 새로운 낯섬으로 가득하다. 그나마 구순을 바라보는 부모님이 살아계셔 고향의 추억들이 군데군데 남아있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른다. 
우리 마을은 집성촌까지는 아니어도 본관이 같은 성씨들이 많이 살았고, 아버지 촌수가 높아 설날이면 부모님께 세배하러 오는 집안사람들이 참 많았다. 나이가 나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나를 ‘아저씨’라 부르면 괜히 우쭐대기도 했다. 
보릿고개가 있던, 먹을 것이 그리 풍족하지 않았던 시절이었기에 설날은 고깃국을 먹을 수 있는 특별한 날이었다. 그보다 더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있는 것은 차례를 지낸 후 손자 손녀들에게 과일을 나눠주던 할머니에 대한 추억이다. 손주들은 많고 과일은 귀한 때라 사과 한 쪽이라도 더 차지하려는 아이들에게 할머니는 ‘배분권’을 가진 절대권력자였다. 
그날만큼은 과일 한 쪽에 따라 삶의 희로애락이 결정되었으니 지금 돌아보면 우습기도 하고 마음이 짠하기도 하다. 
설날의 할머니를 떠올리니 자연스럽게 ‘편애가 심했던 시어머니’로 인해 마음고생을 했던 어머니가 따라온다. 그 서운한 감정은 민들레 홀씨처럼 허공에 훨훨 날려버린 지 오래지만 어머니의 저 깊은 마음속에 작은 상처로 남은 그 감정이 어디 그리 쉽게 잊어질까. 
할머니 덕분에(?) 어머니는 지금껏 자식 5남매에게 사랑을 고루고루 나누어 주셨으니 삶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설 명절의 유래를 찾아보니, 새로운 해의 첫 날로 일 년 동안 별 탈 없이 지내게 해 달라는 바람에서 유래되었다는 설, '낯설다', '설다'라는 의미에서 새로운 일 년의 시작이 익숙하지 않다, 완전하지 않다는 의미에서 생겼다는 견해, 한 해를 새롭게 세운다는 뜻의?'서다'에서 유래되었다는 설 등 의견이 분분하다. 결국 정리해보면 설날에는 새로운 한 해 그리고 일 년 동안 아무 탈 없이 지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설 명절이 코앞이다. 오늘은 ‘까치의 설날’이고 내일이 바로 ‘우리의 설날’이다. 
설의 유래 중 ‘낯설다’의 뜻처럼 어쩌면 익숙하지 않는 삶, 낯선 삶이 진짜 인생인지도 모르겠다. 불편한 것, 새로운 것의 연속인 삶 속에서 이해하고 배려하는 삶, 사랑하고 나누는 삶을 살아가라는 것이 진정 설날의 의미가 아닐까. 
김종길 시인은 이야기한다. 
세상은 험난하고 각박하다지만 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 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고. 
또한 어린 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으라고. 
설날의 추억을 벗 삼아 오늘의 행복을 꿈꾼다. 
사라지는 것 중에 설날이 있지 않을까 적이 염려스럽다. 벌써 그리움이 꿈틀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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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영광 (당시 2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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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특징: 눈썹이 짙고 일자형임. 피부가 검은 편, 머리숱이 많은 편이며 까치머리임, 말을 잘 못함, 뼈대가 굵은 편임, 생식기에 붉은 반점이 있음.
*발생일자: 2003년 10월 10일
*발생장소: 부산시 해운대구 우2동 성불사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