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희철 목사] 다른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는 것은
  • 17.09.27 11:4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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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기울어 가고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것 중의 하나가 제게는 ‘추분’입니다. 추분은 시간과 계절의 분기점으로, 추분을 지나면서 밤의 길이가 낮의 길이보다 길어지기 시작합니다. 밤이 가장 긴 ‘동지’에 이를 때까지 한결같은 시간이 흘러가니 이렇게 한 해가 기우는구나 느끼기에는 좋은 기준이 됩니다. 
곳곳에 국화가 꽃을 피우기 시작합니다. 서늘할수록 더욱 단단한 향기를 간직하는 꽃이기에 더욱 눈길과 마음이 갑니다. 한밤중이나 새벽 시간에는 다 익은 도토리가 떨어지며 지붕을 때리는 소리가 실로폰 소리처럼 낭랑하게 퍼집니다. 사방 고요한 정적을 깨뜨리는 소리지만 결코 싫지가 않은 소리입니다. 
조금씩 가을이 깊어가며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것이 있습니다. 길가 풀숲에서 들려오는 풀벌레들의 울음소리입니다. 풀벌레 소리 중에서 그중 빠뜨릴 수 없는 것이 귀뚜라미의 울음소리입니다. 이슬이 굴러가는 듯 해맑은 소리로 울어대는 귀뚜라미의 울음소리는 하루가 다르게 지경과 볼륨을 높여갑니다. 
최근에 귀뚜라미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귀뚜라미는 세계적으로 약 삼천 여종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추운 겨울을 땅속에서 지낸 알은 이듬해 오월 중순께에 애벌레로 부화되어 나오는데, 막 땅속에서 나온 애벌레는 몸이 투명하여 속이 다 들여다보일 정도입니다. 애벌레는 여러 차례에 걸쳐서 껍질 벗기를 하는데 어른벌레가 될 때까지 일곱 번 허물을 벗는 귀뚜라미도 있습니다. 울음소리가 맑은 것이 허물을 계속 벗는 일과 무관하지 않을 것 같은, 근거 없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귀뚜라미는 어떻게 그렇게 맑은소리를 내는 것일까요? 실은 매우 간단하고도 원시적인 방법으로 소리를 냅니다. 귀뚜라미는 수컷만 우는데, 수컷의 오른쪽 앞날개 안쪽에는 까칠까칠한 줄이 있고 왼쪽 앞날개 바깥쪽에는 줄을 비비는 발톱이 있습니다. 왼쪽 날개와 오른쪽 날개를 마찰시키면 줄과 발톱이 서로 부딪혀 소리가 나는 것인데, 이는 현악기를 활로 켜서 소리를 내는 원리와 같습니다. 
귀뚜라미가 내는 소리는 약 100데시벨에 해당이 되는데, 이는 자동차의 경적소리에 버금가는 소리입니다. 그만한 소리를 내면서 다른 귀뚜라미가 내는 소리를 계속해서 듣는다면 견딜 수가 없을 것 같은데, 귀뚜라미에게는 그런 것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자기 소리를 둔감해 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큰 소리를 내면서도 귀뚜라미는 외부에서 전해지는 아주 작은 소리와 진동까지를 감지할 수 있는 뛰어난 능력을 지니고 있어서, 사람이 가까이 다가서면 대번 그것을 알아차리고는 울음소리를 멈추거나 재빨리 자취를 감추고 맙니다. 
내가 얼마나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지를 안다는 것, 주변이 아무리 시끄러워도 귀 기울여야 할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를 이 가을 귀뚜라미를 통해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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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당시 2 세)
최재혁 (당시 2 세)
* 성 별: 남
* 신 장: 90cm
* 두 발: 검정 스포츠형
* 상 의: 흰색 남방
* 하 의: 멜빵 청바지
* 신 발: 곤색 운동화
* 신체특징: 곤색 모자 착용
* 발생일자: 2002년 10월 5일
* 발생장소: 서울 능동 어린이대공원